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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와 치유의 순간을 선사하는
‘어른을 위한 그림책’

글 편집실 사진 각 출판사 제공

최근 들어 그림책을 즐기는 어른들이 늘었다. 그림책은 문자 언어로는 자극할 수 없는 마음속 한구석을 어루만져주고, 늘 이성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어른의 세계에서 잠시 벗어나는 경험을 선사한다. 이를 제대로 향유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그림책 읽는 어른들

그림책은 그림과 글이 어우러져 이야기를 전달하는 책이다. ‘동화’와 혼용되기도 하지만 엄밀히는 별개의 장르다. 삽화의 비중이나 중요성 면에서는 공통점이 많지만, 그림책은 단순히 ‘쉬운 책’, ‘어린이를 위한 책’이 아닌 ‘모두’를 위한 책이다. 글이 아닌 ‘그림’이 주된 언어이자 메시지로 기능하고, 연속되는 장면들을 통해 맥락을 만들어가기 때문에 차라리 ‘영화’에 가깝다.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하는 대신 ‘보여주기’를 통해 비유적으로 감정을 전달한다는 점은 ‘시’와도 닮았다. 누구나 말로 토로하기 힘든 감정을 느낄 때가 있다. 사소하게 찾아오는 기쁨의 순간도 있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다치고 아물어버린 상처가 욱신거리는 순간도 있다. 그림책이 이야기를 건네는 방법은 이런 작은 감정들의 존재를 일깨울 만큼 섬세하다. ‘그런 마음 알아’하고 말해주는 듯하다. 독자들은 감상하는 동안 등장인물에 자기 자신을 투사하기도 하고, 다채로운 감정을 자기 것으로 느낀다. 등장인물의 경험이나 감정 표현을 통해 작은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기도 한다. 덕분에 그림책은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치유와 위로를 건넨다.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은 감정이나 경험을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색색의 구슬들처럼 간직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내 마음, 내 경험과 닮은 그림책을 소장하고 종종 꺼내어보는 것이다.

‘그림으로 된 시’ 그림책!
제대로 감상하는 법

천천히 음미하며 ‘보기’

그림책 속 세상은 논리가 아니라 감정의 세계다. 그래서 즉각적이고 구체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다. 그 안엔 미처 다 못 마치고 온 회사 일도,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집안일도 없다. 다른 생각이 들기도 전에 시각적으로 기분 좋은 자극을 준다. 이러한 감정의 고양은 자세하게 묘사된 텍스트로도, 감동적인 이야기가 담긴 유튜브 영상으로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그림책은 원하는 속도로 넘기고, 머물고, 간직할 수 있다. 천천히 감정선을 따라가며 책장을 넘겨보자.

그림 속 숨은 이야기 ‘읽어내기’

그림책의 분량은 대개 짧고 글의 비중도 적다. 후루룩 넘기며 2~3분 만에 읽을 수도 있지만, 글을 중심으로 내용을 파악하는 것으로 독서를 끝내면 안 된다. 그림책에서는 그림이 주인공이며, 글과 그림은 상호보완적이다. 글이 전혀 없는 그림책도 많다. 미술관에서 그림을 감상하듯, ‘왜 이런 색을 썼을까?’, ‘주인공을 왜 이렇게 작게 그린 걸까?’ 등의 질문을 던져보자. 그림책은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판형, 종이의 재질, 표현법 등이 매우 다양하다. 전자책, 웹툰 등 읽기의 방식이 온라인으로 변화하는 가운데, 손에 만져지는 종이책의 느낌까지도 독서의 일부다.

편견을 버릴수록 풍성해진다

그림책은 어떤 이야기라도 담을 수 있는 완성된 서사를 가진 독립적인 매체임을 잊지 말자. 우리가 사는 세상과 마찬가지로 그림책 속 세상엔 아름답고 따뜻한 이야기만 있진 않다. 죽음, 상실, 차별, 비극도 있다. 어린이나 성인 독자를 ‘긍정’의 세상으로 안내하는 교훈이 없는 경우도 있다. 혹시 그런 책을 만나더라도 놀라지 말자. 여러 편견들을 버릴 때 작품을 더욱 제대로 즐길 수 있다.

Tip.이럴 때 추천해요! 그림책 처방전

  • 잠자기 전, 좋은 꿈을 꾸고 싶을 때 | 책청소부 소소 | 저 자. 노인경
    펴낸곳. 문학동네(2010)
    2012 볼로냐 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선정작. 책 속 등장인물들의 의뢰를 받아 원하지 않는 내용을 지워주는 아주 작은 책청소부 소소의 이야기. 책장 속을, 행간을 자유자재로 돌아다닌다.

  • 새로운 감각적 경험이 필요할 때 | 여기서 Here | 저 자. 리차드 맥과이어
    펴낸곳. 미메시스(2014)
    2016 알굴렘 국제 만화 페스티벌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작품. 수십 만년이라는 시간이 흘러가는 동안 하나의 장소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보여준다. 책 속에서 시간은 직선으로 흐르지 않는다. 300페이지 남짓의 책을 통해 압도적인 ‘시간여행’을 경험할 수 있다.

  • 외롭고 막막한 순간, 공감이 필요할 때 | 괜찮을 거야 | 저 자. 시드니 스미스
    펴낸곳. 책읽는곰(2020)
    잃어버린 고양이를 찾아 시끄럽고 거대한 도시를 헤매는 어린아이의 이야기. 낯선 곳에 혼자 있을 때, 막막한 상황을 마주했을 때의 우리 마음이 담겨있다. 소중한 존재가 ‘괜찮기를’ 바라는 마음을 되새겨 준다.

  • 아이와 함께 보면 좋은 그림책 | 파도야 놀자 | 저 자. 이수지
    펴낸곳. 비룡소(2009)
    2008년 뉴욕타임스 우수 그림책 선정 도서. 바닷가에 놀러 온 소녀가 파도와 노는 이야기. 목탄 선과 푸른색 물감만으로 표현해냈지만, 거기 담긴 주인공과 보조 요소들의 감정은 다채롭고 역동적이다. 작가의 <그림자 놀이>, <거울속으로>도 함께 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