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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안전통신망(PS-LTE) 설치 현장을 가다

지하전력구에서 작업할 때 외부 기관들과 통신할 수 있는 재난안전통신망을 기존 통신망과 연계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추진해 비용도 절감하고 사용자 편의성을 높인 이들이 있다. 한전 ICT운영처다. 재난안전통신망(PS-LTE) 전환기술이 시범 설치된 논현변전소 현장에서 이들을 만나 프로젝트에 대해 들어본다.

WIFI방식 비상통신망에 대해 신입사원에게 설명을 하고 있다.

옥상에 설치된 PS-LTE 송수신기.

재난·재해 현장에서 중요한 역할 하는 통신망

에너지를 품은 거대한 코일이 양옆으로 펼쳐진 길. 수 킬로미터에서 길게는 수십 킬로미터에 이르는 이 길은 마천루가 빼곡한 도심의 수십 미터 땅속에 난 전력구다. 폐쇄된 공간이지만, 전력공급을 위해 중요한 설비들이 지나가기에 담당자들은 반드시 주기적인 점검과 관리를 해야 한다.
만약 이곳에서 비상 상황이 발생한다면? 화재나 사고와 같은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통신망이다. 전력구 내에서는 일반 핸드폰 통화가 불가능하기에 비상통신망을 구축해야 한다. 특히 1분 1초를 다투는 재난 상황에서 소방, 의료 등 기관 간 연락을 할 수 있는 국가적으로 일원화된 통신망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PS-LTE 무선망은 정부(행정안전부)가 주관하여 재난현장 통합대응체계를 위해 구축한 무선망이다. 한전은 재난안전관련 8대 기관 중 하나로서 재난관리에 재난안전통신망을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재난 및 안전관리기 본법, 재난 안전통신망법 등에 근거해 재난안전통신망 통화권 확대를 위해 활용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비용이다. 지하전력구 내에 PS-LTE 방식으로 비상통신망을 구축하려면 512억 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이에 한전 ICT운영처 네트워크부는 기존에 구축된 WIFI방식 인프라를 재활용하는 방식을 추진해 483억 원을 절감하였다. 여기에 WIFI방식 단말기를 교체하지 않고, 기존에 운영 중이던 PS-LTE단말기를 활용해 5.5억 원을 절감한 것을 더하면 약 488억 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두었다.

기존 인프라 활용해 488억 원의 비용 절감 효과 거둬

지하전력구 통신방식은 1998년도부터 통합지휘무선통신망(TRS, Trunked Radio System) 방식으로 구축이 시작됐으나, 국가망인 TRS 구축 확대 사업이 중단되면서 한전은 자구책으로 전력구 비상통신 방식을 WIFI 방식으로 채택해 2017년부터 구축했다.
WIFI 방식 비상통신망은 전력구 내에서 WIFI용 AP(Access Point, WIFI 모뎀)를 통해 WIFI 전용 단말기로 한전 내부 직원과 사선번호로 통신할 수 있는 방식이다.
기존 지하전력구 설비 내 비상통신의 통신방식은 WIFI 방식인데 이는 지하전력구 내에서 다른 기관과 통신할 수 없기에 국가재난통신망과 WIFI 단말기를 이중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두 가지 방식을 혼용하는 데서 오는 불편함도 컸다. 전력구를 점검하러 갈 때 지상에서는 PS-LTE 단말기를, 지하에 서는 WIFI 단말기를 각각 사용하기에 두 개의 단말기를 들고 다녀야 했던 것.
이들은 변전소 옥상에 재난안전통신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고, 혼재되어 있던 비상통신 방식을 단일화하여 PS-LTE만 활용해 작업할 수 있게 함으로써 담당자들의 불편을 해소했다.
또한 WIFI 방식의 단말기는 전력구 내에서 외부와 소통할 수 없고 한전 내부적으로만 소통할 수 있기에 재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고 대응을 위해 소방, 경찰, 의료 등 관련기관과 통신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재난안전통신망과의 연계 구축을 통해 한전 직원만 통신할 수 있었던 체계에서 정부, 경찰, 소방 등 재난 관련기관들과 동시 다중통신이 가능한 수평적 통신체계로 전환하여 재난·재해 현장에서 본사와 지역본부 재난관리부서까지 신속한 상황전파와 대응이 가능하게 됐다.
행정안전부에서 구축한 PS-LTE 통신망의 기본 보안정책은 WIFI 허용이 안 됐다. 2022년 국정원 보안성 검토를 요청하여 승인을 얻었고, 지속적으로 행안부 재난안전통신망과를 방문하여 담당 사무관을 끈질기게 설득한 결과 WIFI 통신방식 사용을 허가받기에 이르렀다.
그 이후 행안부 주관의 기술적합성 검증 절차인 1차 테스트와 2차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관련기관들과 지속적으로 협의한 끝에 기술적합성 검증을 완료하고, PS-LTE 망에 접속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할 수 있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이들은 지하터널 통신용으로 지상에 설치한 국내 최초의 PS-LTE용 송수신기를 개발하기에 이르렀고, PS-LTE 망의 700MHz의 무선신호를 송수신하여 WIFI의 2.4GHz로 변환하여 통신할 수 있게 하는 설비임을 입증했다.

전력구 비상통신망 설비를 점검하고 있는 신현조 네트워크부장.

전력통신망 점검을 위해 모인 ICT운영처 네트워크부 직원들.

사명감으로 함께 도전한다

사실 WIFI 방식 인프라를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아이디어는 이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보안문제 등으로 정부의 승인을 얻어내는 것이 불가능의 영역으로 여겨졌기에 시도를 하기 어려웠다. ICT운영처 네트워크부는 포기하지 않고 시도하고 도전한 끝에 불가능을 가능으로 이뤄냈다.
이 사업을 확대해 적용하기에 앞서 우선 남서울본부 관내 2개 변전소에 본 설비를 시범 설치해 3개월간 운영하고 있다. 현재 WIFI 방식 지하전력구는 322개소이며 앞으로 3년간 전력구 내 통신망을 재난안전통신망 방식으로 100% 구축하는 한편, 통신망이 없는 전력구에서도 전력구를 설치하여 전력구 비상통신망이 100%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처음에는 담당자인 저마저도 이게 될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시작했는데, 지속적으로 정부세종청사를 드나들며 정부 담당자를 만나 끈질기게 설득하여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었습니다.” 프로젝트를 담당했던 정영주 차장은 뿌듯하게 이야기한다.
“ICT운영처 네트워크부는 전국OPGW와 광케이블, 광전송 장치 등 초고속 전력통신망과 TRS 기지국 등 자가 무선통신망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전의 신경망과 같은 통신 인프라를 9명의 인원이 관리하다 보니 설비 신증설과 교체 기획, 절차서 제·개정, 장애 대응 등 업무량이 많아 고생하지만 직원 각자가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임하는 모습을 볼 때 자랑스럽습니다.” 신현조 부장은 부서에 대한 자랑을 내비친다.
“정부와 협의하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지만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많은 걸 배웠습니다. 기술적합성 검증을 통해 기존 WIFI 방식의 비상통신망을 PS-LTE 망과 연계함으로써 기존 설비를 이용할 수 있어 투자비 절감이라는 성과도 달성할 수 있어서 뿌듯합니다”라고 팀원들은 소회를 이야기한다.
내가 관리하고 운영하는 통신망이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책임감으로, 회사가 어려울 때 보탬이 되겠다는 주인의식으로 하나 되어 일하는 ICT운영처 네트워크부는 오늘도 또 다른 결실을 위해 현장을 향한다.

장은경 사진박원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