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의 관심사로 떠올랐던 워라밸(Work & Life Balance)은 이미 과거의 단어가 됐다. 이제는 일과 성장을 함께 추구하는 워러밸(Work & Learning Balance)의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 한전은 구성원의 업무와 성장 모두를 놓치지 않는 워러밸을 추구하며, 인재육성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또한, 올해 공기업 최초로 미국 인재개발협회인 ATD(Association for Talent Development) 인적자원개발 콘퍼런스에서 ‘2024 BEST HRD AWARD’를 수상했다. 한전이 그리는 인재육성에 대해 알아본다.
일과 학습의 균형
Work &
Learning Balance
한전의 인재상은 융합적 사고를 바탕으로 멀티 스페셜리스트를 넘어 조직역량을 극대화하는 ‘통섭형 인재’ 회사에 대한 무한책임 의식으로 개인보다는 회사를 먼저 생각하는 ‘기업가형 인재’ 날카로운 통찰력과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새로운 미래가치를 창조해 내는 ‘가치창조형 인재’ 뜨거운 열정과 창의적 사고로 새로운 도전과 모험을 감행하는 ‘도전적 인재’다.
이러한 인재상으로 구성원을 성장시키기 위해 특히 중요시하는 부분은 ‘일과 학습의 균형’이다. 한전에는 사무, 배전, 송변전, 기타 직군 등 다양한 직무와 직군이 존재하는데, 일반 사무직 이외의 직무의 경우, 실습을 통한 교육과 이를 반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전 인재육성부에서는 ‘학습 참여=업무 공백’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존재해 학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업무와 학습을 함께 실행하는 다양한 교육제도를 마련했다.
‘70:20:10 모델’
통한 새로운
리더십 구축
팬데믹 이후 급변하는 현대 사회의 속도에 대응하기 위해 한전에서는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리더십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위기 돌파 원격 서번트 리더십이라는 역량을 강화하고자 중간관리자 이상의 고위 리더를 대상으로 ‘리더십 러닝저니 과정’을 신설했다. 특히 학습의 70%는 업무 경험을 통해, 20%는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10%는 교육을 통해 일어난다는 ‘702010 모델’을 적용해, 일과 학습을 병행하는 교육 과정을 통해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리더십 솔루션을 개발했다. ‘전략적 사고 및 전략실행’ ‘위기대응 및 학습 민첩성’ ‘이해관계 조정 및 대내외 협력’ 등의 주제로 교육을 진행했으며, 현업 퀘스트를 진행해 일터에서 교육이 가능하도록 지원했다.
현업 문제해결을
위한 ‘축적의 시간’
한전이 워크 앤 러닝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진행하는 대표적인 학습제도는 현업 문제해결 및 직무역량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자율 설계형 ‘축적의 시간’이다. 축적의 시간은 ‘축적의 8H’와 ‘축적의 그리드’로 나뉘는데, 이 중 축적의 8H는 주 최대 8시간을 학습의 시간으로 보장하는 제도다. 학습자의 업무 공백에 대한 부담감을 완화하기 위해 축적의 시간 채널을 통해 전사에 학습 참여율을 공개하며, 학습 참여가 업무 공백을 만드는 것이 아닌 조직의 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활동이다. 이때 학습 주제는 업무 현장에서 당면하는 직무 관련 현안으로 자율적으로 선정하게 했으며, 구성원은 상호 토론을 통한 공동 학습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총 724개의 학습활동이 진행됐고, 지식재산권 2건 획득, 신기술 및 공법 개발 12건 등의 높은 학습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다.
축적의 그리드는 이러한 축적의 8H를 통한 학습활동을 전사에 공유하는 플랫폼으로, 서로의 학습을 열람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등 학습의 결과를 개인의 것에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자산으로 환원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전사적인 학습 분위기를 활성화하는 데 큰 기여를 한 바 있다.
디지털 에듀테크
시대의 도입
최근 5년간 한전에 입사한 직원이 전체의 31%를 차지하며, MZ세대의 비중은 50%를 훌쩍 넘은 지 오래다. 이에 따라 신입사원의 특성에 맞는 교육방법으로 ‘디지털 에듀테크’를 도입, 태블릿을 이용한 페이퍼리스 수업을 진행해 교육 효과를 제고했다. 이뿐만 아니라 사내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해 교육생들 간 소통과 학습결과물 공유가 활발히 진행되도록 했고, 마이크로 러닝을 접목시켜 숏폼 혹은 15분 내외의 짧은 영상을 통한 교육을 도입했다. 또한 디지털 전환 시대에 맞는 마인드셋을 구성원에게 배양하기 위해 기초 교육을 전 직원에게 시행했으며, 리더 계층에게 디지털 분야의 저명한 강사를 통해 빅데이터, 챗GPT와 관련한 특강을 꾸준히 시행해 디지털 전환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를 통해 고객의 전력사용량 빅데이터의 실시간 처리를 기반으로 이상 여부를 진단하는 시스템과 AI 기반의 자연어 분석을 통한 인재 추천 시스템을 구축한 바 있다.
디지털 에듀테크 시대에 맞춰, 한전에서는 역량 수준을 시각적인 엠블럼으로 회사가 공식 인증하는 ‘디지털 배지’를 수여한다. 입사 이후 수행한 직무, 교육, 자격증을 데이터화시켜 일정 수준을 달성하면 직무, 공통, 리더십 등의 분야별 디지털 배지를 수여하고, 구성원들이 교육 과정에서 성취한 역량을 챌린지 형태로 쌓아갈 수 있도록 시각적으로 인증하는 것이다.
인재육성 전략과
비즈니스
전략 간의 연계
기업이 구성원에게 효과적인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선 ‘인재육성 전략’과 ‘비즈니스 전략’ 간의 긴밀한 연계가 필요하다. 두 전략을 연계함으로써 경영진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교육을 진행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전사에 학습문화가 뿌리내리도록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장기 전략 및 사업 목표가 세워지면, 목표 달성에 필요한 ‘교육수요’를 발굴한다.
현재 전사가 가진 역량을 분석하고, 경영 현안에 필요한 아젠다와 연계시킨 교육 전략과제를 구조화하는 것이다. 이후 C레벨 전원에게 해당 내용을 공유해 이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구성원이 교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장려한다.
구체적인 교육계획이 수립된 이후에는 전사에 공유하고 간담회를 실시하며, 구성원들이 교육 프로그램을 쉽게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테마 영상’을 제작해 숏폼 형태로 전 직원에게 공유한다. 이후 한전 인재개발원을 통해 필수 직무교육과 선택 교육을 마련해 교육을 시행하고, 희망 사업소별로 자체적인 직무교육도 시행할 수 있다. 또 정해진 교육 커리큘럼뿐만 아니라 ‘자율 설계과정’을 통해서 인재육성 전략과 부합하는 사외 세미나 수강을 할 수 있도록 주도성을 부여한다.
자율적인
경력개발경로
(CDP) 설계
한전의 특성상 처음 입사 후 퇴사 없이 커리어를 개발해 가는 구성원이 다수를 차지하기에, 한전인재육성부에서는 구성원들이 자율적으로 경력개발경로를 설계해 학습 욕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구성원들은 현재 자신이 수행하는 업무와 연관된 권장 직무와 경로, 이동 가능 경로 등을 탐색, 경험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학습 경로를 자유롭게 계획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리스킬링(Re-skilling)’ 제도를 실시하는데, 커리어를 그려가면서 현재 본인의 직무, 직군과 무관한 리스킬링이 가능하며, 특히 전문인력을 양성함에 있어 이를 적극적으로 장려한다. 따라서 구성원들은 타 직군의 사내 교육을 이수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타 직군으로 교차 승진하거나 보직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기존 중앙집중형 전력망 공급과 관리에서 신재생에너지를 비롯한 전력망의 분산화로, 한전은 신재생에너지와 같은 신사업 분야에 대한 인재육성의 필요성을 실감했고, 이에 따라 신사업으로 리스킬링을 원하는 직원들을 성공적으로 전환했다. 또한 신성장 에너지 사업 관련 직원들의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해 연간 500명의 자격증 취득을 지원하고, 이들을 전문인력 풀로 관리해 적재적소에 활용한다.
AI를 활용한
인재 추천 시스템
최근 챗GPT 등 생성형 AI와 함께 HR 분야에서의 AI 활용이 이슈되면서, 한전이 사용 중인 ‘AI 인재 추천 시스템’이 큰 관심을 받았다. 이는 AI를 기반으로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는 것으로, 한전이 일찍이 HR에서 AI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함을 깨닫고 개발하기 시작했기에 거둔 성과였다. 이들은 HR 애널리틱스 전담 부서를 신설하고 회사 내의 데이터사이언스연구소와의 협업을 시작했으며, 이미 축적된 채용 관련 데이터 약 35만 건에 대한 딥러닝을 거쳐 평가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결과적으로 3일 이상 소요되던 서류전형을 단 2시간으로 단축할 수 있었다.
또한 AI 기반 머신러닝을 활용해 AI를 채용뿐만 아니라 평가에도 사용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상사, 부하, 동료 등이 구성원을 평가하는 ‘360도 다면평가’ 시 사용됐던 320만 개의 문장 데이터를 활용해 문맥을 고려한 긍정, 부정, 중립의 감정 분류를 보다 세밀하게 해 보다 구체적으로 자기계발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를테면 ‘노력하고 있습니다(긍정)’와 ‘노력이 필요합니다(부정)’라는 두 문장이 있을 때, 모두 ‘노력’이라는 단어가 포함돼 있지만, 하나는 긍정적으로, 다른 하나는 부정적인 의미로 활용됨을 알 수 있게 했다. 따라서 더욱 정확한 피드백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러한 AI에 대한 노력 덕분에 최근 공공기관 중 유일하게 AI 학습을 통해 서술형 평가에 대한 감정을 분류할 수 있는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관련된 기술 특허를 출원한 바 있다. AI가 사람보다 뛰어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있지만, AI 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향상됨에 따라 우리가 HR 분야에서 보다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될 것임은 분명하다. HR 분야에서도 AI와 인간의 유기적인 협업이 필요한 시대가 됐기에 한전의 성공 경험과 기술 역량이 그러한 생태계 조성에 큰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