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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자, 그 거친 파도를 넘어서

PART 1. Go over the wave

‘미래’라는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우리. 격변의 시대는 거대한 파도처럼 덮쳐 옵니다. 이 항해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에 사로잡히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거센 파도를 헤치고 나아가야 합니다. 급변하는 에너지 전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어쩌면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항해자와 같습니다. 때론 이 항해를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을 겁니다. 도저히 이겨내지 못할 것 같은 파도를 만나기도 하겠죠. 하지만 이 사실을 기억하세요. 잔잔한 바다에서 배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합니다. 시련이 우리를 성장시키듯, 거친 파도 역시 우리의 항해를 더욱 단단하게 할 것입니다.

편집실 

PART 2. 바다를 품은 항해

폭풍우 치는 바다, 서로밖에 믿을 수 없는 그들

언젠가 <극한 직업>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보았던 베링해의 대게잡이 선원들에 대한 영상을 찾다가 5분짜리 요약본을 본 적 있다. 베링해는 러시아와 알래스카 사이의 매우 추운 해역이다. 거대한 배가 마치 나뭇잎처럼 떠올랐다가 고꾸라지고, 흰 이을 드러낸 삼각파도가 갑판을 부술 듯이 배를 후려치는 폭풍우 속에서 선원들은 미친 듯이 돌아가는 윈치에 감긴 강철 와이어에 대게가 가득 찬 거대한 통발을 묶어 끌어 올렸다. 이를 보면 1920년대에 일본에서 쓰인 코바야 시 타끼지의 소설 <게 가공선>이 절로 떠오른다.

바람이 돛대에 부딪혀서 불길한 소리로 울어댔다. 대갈못이 헐거워지기라도 하는 듯 끼익끼익하며 배 어딘가가 끊임없이 삐걱거렸다. 소오야 해협에 들어서면서부터는 3,000톤 가까운 배가 딸꾹질이라도 하듯 출렁, 출렁하기 시작했다. 뭔가가 굉장한 힘으로 훌쩍 들어올린다. 배가 한순간 허공에 뜬다. 그러고는 덜렁, 제자리로 내려앉는다.

이 소설은 바다에서 한 푼이라도 벌어볼 요량으로 광부로 농부로 일하다 가난을 피해 흘러들어온 잡부, 막노동꾼, 가난뱅이, 빈민굴 출신 소년들, 떠돌이, 술꾼 등이 목숨을 위협하는 폭풍우와 가혹한 노동조건 속에서 점차 서로를 동료로 인식하게 되고 힘을 합쳐 삶을 개척해 나아간다는 이야기를 품고 있다. 누구 하나의 이익이 아니라 모두가 모두를 위해 함께 싸워야 모두가 살아남을 수 있는 전쟁터 같은 바다 위에서 한두 명의 돋보이는 주인공이랄 것도 없이 모두가 주인공이자 모두가 중역인 곳이 바로 ‘게 가공선’이다.
한순간 파도에 휩쓸리면 북해 얼음 바다에 흔적도 없이 수장되고 마는 폭풍우 치는 바다 위, 게 가공선에서 동료들과 자신 말고는 믿을 곳 없는 인부들은 그물코처럼 엮어내는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냉혹한 자연의 힘에도, 처참한 현실의 고통에도 맞설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당신이 쟁취하고자 하는 청새치는 무엇인가?

“그의 모든 것이 늙어 보였으나, 두 눈만은 예외였다. 그의 눈은 바다와 똑같은 색으로 생기가 가득했으며 불패의 기색이 감돌았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의 한 구절이다. 인간의 의지와 투쟁을 그려낸 이 작품에는 청새치를 잡기 위해 목숨 걸고 청새치와 싸운 노인이 있다. 먼바다에서 살아생전 처음 보는 크기의 청새치를 낚은 노인은 배가 거꾸로 뒤집힐 듯 휘몰아치는 거친 파도와 상어떼로부터 청새치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항구로 돌아간다. 그 과정은 고난과 역경뿐이다. 평생의 마지막 순간에 잡은 거대한 물고기를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노인은 힘차게 앞으로 나아간다.
<노인과 바다>에서 청새치는 우리 모두가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은 무언가다. 목숨을 걸고서라도 지켜내고 싶은 무언가다. 노인의 항해는 그 청새치를 지키기 위한 항해였고, 우리 역시 청새치를 지키기 위한 항해를 하고 있다. 소설은 독자에게 묻는다. ‘당신의 나이가 몇이든 어디에 살든 무엇을 하고 있든, 그 어떤 역경에서도 반드시 지키고 싶은 것이 있는가?’
저마다의 거친 파도를 헤쳐나가는 이들이 많을 터다. 상황이, 마음이 어려움에 처해 잠들지 못하는 이들에게 장을 펼쳐 <게 가공선> 인부들이 어떻게 당당히 자신들의 운명에 맞섰는지, <노인과 바다>의 노인이 어떤 마음으로 바다와 싸웠는지 떠올려 봤으면 한다. 거기 우뚝 멈춰 섰지 말고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의 북소리를 들으며 다시 한 걸음을 떼어보길 바란다.

이원석 시인 겸 칼럼니스트(시집 <엔딩과 앤딩>)

PART 3. 우리의 항해를 위해 돛을 펼쳐라

제시형 대리, 박지명 대리

우리 모두 저마다의 돛을 펼친 채 거대한 바다를 항해하고 있다. 인생이 언제나 순풍만 불면 얼마나 좋을까. 입사 4년 차 경남본부 전력사업처 제시형 대리와 경남본부 지역관리처 박지명 대리는 이런저런 고민이 많다. 외로운 바다 위에서 몇 달을 보내며 그 외로움을 극복해 나갔던 황희상 일등항해사는 그런 의미로 좋은 조력자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외로운 길을 택했기에 보지 못했던 세상을 봤다”고. 인생의 바다에서 중요하지 않은 순간은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황희상 일등항해사와 한전인의 항해 이야기를 들어본다.

제시형 대리(이하 제) 항해사님은 어떻게 항해사 일을 하시게 된 건가요?
황희상 항해사(이하 황) 아버지가 배를 타시는 분입니다. 사실 처음에는 경찰이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아버지께서 어릴 때부터 항해사를 권유하셨어요. 그러다 어느 날 ‘한번 해볼까?’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특별한 계기랄 것은 없지만 현재 제 일에 매우 만족하며 다니고 있어요.
박지명 대리(이하 박) 어떤 배를 몰고 계신가요?
철강을 실어 호주와 브라질에 나르고 있습니다. 한번 싣는 데 30만 톤 무게거든요. 그래서 잘못 실으면 배가 부서져요. 일등항해사인 저는 화물이 실릴 때 안전하게 실릴 수 있도록 관리해주고 확인하는, 안전과 관련된 일을 많이 합니다.
배가 출항하면 몇 달은 바다에서 생활해야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힘든 부분은 없으실까요?
아무래도 외로움이 가장 큰 장애물이죠. 하지만 이를 이겨내는 마인드셋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주로 운동이나 취미 생활로 외로움을 달랩니다. 인스타툰(인스타 웹툰)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그중 하나였고요. 고난을 스스로 이겨낼 줄 아는 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인생을 바다에 비유하곤 하잖아요. 그런 면에서 항해와 표류가 있는데, 표류는 그저 떠다니는 것을 의미하고 항해는 목적지를 향해 달려나갈 때를 의미한다고 해요. 입사 4년 차를 맞이해서 여러분은 항해하고 계신가요? 표류하고 계신가요?
표류요. 신입일 때는 열정적으로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찬 기대감도 있었고, 또 회사에 적응하기 위해서 무척 노력했단 말이죠. 그런 목표를 가지고 항해했는데, 지금은 회사생활에도 어느 정도 적응됐을뿐더러 고참도 아니고 신입도 아닌 어중간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해서 표류하고 있지 않나 싶어요.
항해사님은 어떠세요?
저는 항해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인생의 장기적인 목표는 아직 없지만, 지금처럼 한국에 들어와 있을 때 인스타툰을 업로드하는 등 취미생활을 하는 삶이 무척 행복해요. 인스타툰도 항해사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높아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해서 현재 꽤 반응이 좋은 편이죠. 또, 삼등항해사에서 일등항해사가 된 것에도 감사함을 느끼고요.
항해사로서 잊지 못할 풍경도 있을 것 같아요.
당연히 있죠. 배 갑판에서 바라보는 노을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어요. 돌고래는 배를 따라다니면서 헤엄치는 것을 무척 좋아하고, 향유고래 등 큰 고래도 본 적 있어요. 물론 물 위에 잠깐 모습을 드러낸 정도였지만요. 다른 직업을 택했다면 볼 수 없는 광경들이겠죠. 그게 항해의 매력이고요.
한전도 다양한 업무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항해와 비슷한 것 같아요. 업무의 다양성이 무척 많아서 평생 한전에서만 근무한다 하더라도 매번 새로운 업무를 마주칠 수 있어요.
항해사님의 항해가 방향을 틀었던 순간, 즉 터닝포인트는 언제였나요?
온더더씨(인스타툰)를 처음에 시작했을 때인 것 같아요. 25살 때 시작했는데, 저를 굉장히 열심히 살게 해준 원동력으로 자리 잡았어요. 온더더씨 이후 운동도 더 열심히 하게 됐고, 마인드도 굉장히 긍정적으로 변하게 됐어요.
저는 원래 선생님이 되려고 사범대를 다녔는데요. 보통 사범대 학생들은 시험에 합격해야 하기 때문에 대외활동을 잘 안 해요. 그런데 저는 대외활동에 적극적이었어요. 해외 봉사 활동도 다녀보고 서포터즈 활동이나 어학연수도 다녀왔죠. 그러면서 세상의 견문이 넓어졌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저는 취업이요. 취업을 빨리한 데다 한전이 첫 회사여서 이전에 사회생활을 해본 적이 없어요. 저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선배님들을 대하는 것도 어렵고 실수할까 전전긍긍했는데, 많은 분께서 저를 좋게 봐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빨리 조직생활에 녹아들 수 있었어요.

소란스럽게 비가 내렸지만, 이들 주변으로는 초여름의 풋내가 가득했다. 인생이란 망망대해를 항해하고 있는 이들은 비단 이 셋뿐만이 아닐 터다. 당신은 인생을 항해하고 있는가? 아니면 표류하고 있는가? 표류하고 있다면, 지금 뱃머리를 돌려야 할 타이밍은 아닐까? 잠잠한 바다에서 배는 나아갈 수 없다. 거센 파도를 두려워하기보다는 이를 넘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좌측부터 제시형 대리, 박지명 대리, 황희상 일등항해사.

황희상 폴라리스쉬핑 일등항해사.
해양대학교를 졸업한 뒤 바로 항해사의 길로 뛰어들었다. 현재 5년 차로, 삼등항해사를 거쳐 일등항해사로 활발히 활약 중이다. 항해사에 대한 대중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인스타그램에 웹툰을 업로드하고 있으며, 팔로워수가 4만 6천 명에 달한다. 인스타그램 계정은 @onthethe._.sea다.

강초희 사진박원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