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디저트와 관련된 행복한 기억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밤늦게 퇴근한 아버지 손에 들린 부드러운 롤케이크, 엄마를 따라간 시장에서 심심한 입을 채워주던 설탕범벅 꽈배기 도넛, 학창시절 친구가 선물처럼 나눠주던 녹진한 초콜릿까지. 이처럼 디저트는 항상 우리의 추억과 맞닿아 있다. 다소 지친 어느 날, 달콤한 추억처럼 내 힐링을 책임져줄 디저트의 세계로 떠나보자.
오늘만큼은 고급스럽게
고종도 즐겨 먹던
까눌레
겉바속촉(겉은 바삭, 속은 촉촉)의 정석이라 할 수 있는 까눌레. 재료의 비율, 소성공정의 온도, 시간을 제대로 맞추지 않으면 실패할 만큼 만들기가 까다로워 가격대가 높은 편이지만 그만큼 고급스러운 달콤함을 선사한다.
코코넛, 크림 치즈, 녹차 가루, 얼그레이 등 베리에이션해서 다양한 맛으로 즐길 수 있다. 까눌레의 정식 명칭은 ‘카늘레 드 보르도(Canelés deBordeaux)’로 프랑스 보르도 지방의 아농시아드 수도원에서 18세기경에 만들어졌다.
대한제국 시절 고종황제도 자주 먹었다는 기록이 남겨져 있다.
빼빼로? 페이스트리?
추억이 그리울 땐
빨미까레
엄X손파이에 초콜릿을 입힌 듯한 빨미까레는 겉보기엔 빼빼로처럼 생겼다. 하지만 그 맛은 빼빼로와 완벽히 다르다. 겹겹이 쌓인 페이스트리는 바삭하고, 그 페이스트리를 감싼 초콜릿은 달콤하다. 빨미까레의 빨미는 ‘종려나무’를 뜻하는 프랑스어팔미에(palmier)와 ‘네모난’이라는 뜻의 까레(carré)가 합쳐진 말이며,
그 모양이 종려나무 잎을 닮아서 붙어졌다고 한다. 대부분 다크 초콜릿을 사용해 묵직하면서도 쌉쌀한 맛을 내는데, 요즘에는 치즈, 캐러멜을 덧입히거나 초콜릿에 크런치 볼을 묻히는 등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하고 있다.
사르르 녹는 천상의 맛으로
걱정도 녹이는
카이막
백종원 유튜브로 유명해진 튀르키예의 대표 디저트인 카이막. 우유를 약한 불로 천천히 끓여 지방을 분리해 크림처럼 만든 유제품이다.
여기에 꿀을 곁들여 바게트와 함께 먹는 게 일반적으로, 과거 튀르키예에서 손님이 올 때 대접했을 만큼 귀한 디저트다. 부드러운 식감 때문에 입안에서 순식간에 녹으며, 상당히 진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특징이다.
우유의 지방층을 고농축한 디저트라고 생각하면 쉽다. 카이막을 만들고 난 뒤 남은 우유를 끓여서 레몬즙을 넣고 면포에 걸러 물을 빼면 리코타 치즈가 된다.
디저트의 무한한 변신
오늘 나도 변신해볼까?
크루키
크루아상과 초콜릿칩 쿠키가 만났다. 크루키는 디저트가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프랑스의 한빵집에서 2022년 선보인 뒤 우리나라에도 상경한 크루키는 크루아상 안에 초콜릿칩 쿠키 반죽을 채워서 구운 디저트다.
바삭한 쿠키와 쫀득한 크루아상이 신선한 자극을 준다. 마치 크루아상 속에 소보로를 입힌 느낌이라는 평가가 많다. 쿠기 때문에 달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크루아상의 고소하면서 부드러운 버터 맛이 쿠키의 단 맛을 상쇄시켜 준다.
단순하지만 가장 달콤하게,
복잡스러운 날에는
플랑
플랑은 단 한 마디로 설명 가능하다. ‘커스터드 푸딩’. 너무나 단순해서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이 디저트는 단순하기에 가장 달콤하다. 앙증맞은 크기의 동그란 플랑이주는 말캉한 식감은 절로 기분을 좋게 한다.
중남미의 대표 디저트로 현지에서 채소나 고기를 갈아 넣기도 하는데, 프랑스에서는 타르트로도 즐겨 먹는다. 이처럼 재료에 따라 다양하게 변형할 수 있다. 대중적인 맛을 가진 만큼 전 세계 곳곳에서 비슷한 디저트를 발견할 수 있으며 중국의 삼부점(三不粘)이 대표적인 예다.
초콜릿 속에 국수?
새로움이 필요하다면
두바이 초콜릿
우리에게 너무나 낯선 땅, 중동. 그곳의 디저트가 현재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다. 두바이 초콜릿이다. 중동의 얇은 국수인 카다이프를 버터에 볶아 피스타치오 크림과 섞은 후 초콜릿으로 코팅한 두바이 초콜릿은 맛과 식감, 색감까지 이색적이라 먹는재미가 쏠쏠하다.
지난해 두바이의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의 먹방 콘텐츠에 등장한 후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두바이에서 판매해 ‘두바이 초콜릿’으로 불리고있지만 실제 명칭은 ‘Cant Get Knafeh ofIt’이다. 같은 패턴의 하루가 지겨워 새로움을 찾는다면 두바이 초콜릿은 어떨까?
글 편집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