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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하다

1206년은 세계사에 길이길이 남을 해다. 곳곳에 찢어져 있던 유목 부족들이 칭기즈칸 아래 통일됐고, 영토를 확장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품은 칭기즈칸의 말발굽이 첫걸음을 뗀 시기이기 때문이다. 떠돌던 유목 부족이 거대한 제국으로 확장할 수 있던 데에는 칭기즈칸의 리더십이 꼽힌다. 하지만 리더십만이 비결이 아니다. 강력한 결속력과 부드러운 포용력도 몽골제국의 영토 확장의 강력한 한 수였다.

PART 1. 몽골, 그 위대한 제국

몽골제국의 전성기인 1279년. 당시 몽골제국의 영토는 중동, 동아시아까지 넓혀 세계 육지 면적의 16%인 2,400만 ㎢에 달했다. 또한 세계 인구의 25%인 1억 1,000만 명을 지배했다. 현재 몽골제국이 지배했던 영토에는 무려 세계 인구의 절반인 40억여 명이 살고 있으니 그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감히 짐작조차 하지 못한다.
몽골제국의 전성기는 칭기즈칸의 리더십도 한몫했지만, 강력한 결속력과 부드러운 포용력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몽골’이라고 하면 보통 ‘말’을 떠올린다. 몽골제국이 영토를 확장한 데 있어 기병은 그만큼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그 뒤에서 묵묵히 기병을 지켜주며 보조했던 활병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이 두 부대의 결속력이야말로 거대한 영토를 거느린 몽골제국의 비결이다.
또한, 지역 관습과 관행을 존중하는 몽골제국의 포용력도 주목할 만하다. 이를 통해 몽골제국의 통치에 대한 불안감과 반발심을 잠재웠기 때문이다. 몽골제국이 위대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점령한 지역의 풍습을 받아들이는 유연함으로 점령 지역을 빠르게 몽골제국으로 흡수시킨 데 있다.
결속력과 포용력. 이 두 가지가 없었더라면 세계를 호령한 몽골제국은 없었을 터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하나로 응집하지 못한 조직은 그 어떤 일도 할 수 없다. 타인을 포용하지 않는 자세가 만연한 조직 또한 무엇 하나 해낼 수 없다. 특히 현실에 안주하면 살아 남을 수 없는 현시대에서 결속력과 포용력을 갖춘 조직만이 더 넓은 세계를 보며 더 많은 기회를 포착할 수 있을 것이다.

PART 2. KEPCO in Global - 더 큰 세상으로

끊임없이 미래 먹거리를 찾아 나서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로 더 큰 세상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2009년 UAE에 기적과 같은 한국형 원전을 수출하며 해외로의 확장을 이룬 한전은 15년이 흐른 2024년, 과연 얼마나 다양해진 비즈니스로, 세계 어느 곳까지 발자국을 남겼을까.

PART 3. Expanding

UAE원전건설 첫 삽의 산증인

황경서 UAE원전건설처 사업총괄실장

2009년 12월 UAE원전 수주에 대한 기쁨과 환희가 엊그제 같습니다. 벌써 15년이 흘렀다는 게 실감이 잘 안 돼요. UAE 바라카 원전건설(BNPP) 사업 수주에 성공한 후 2012년 5월 10일에 바라카 현장으로 발령 났습니다. 그 현장으로 이동하던 풍경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아부다비공항에 도착한 후 약 10명의 한전 발령자들과 함께 현장에 들어가기 전 UAE용 개인 핸드폰을 아부다비 시내에서 각자 구입하고 회사에서 제공하는 버스로 현장을 갔습니다. 바라카 현장은 아부다비에서 서쪽으로 약 270km 떨어져 있어요. 버스로 이동하는 3시간 내내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오로지 삭막한 사막과 도로에 심어놓은 대추야자나무가 전부였죠. ‘내가 여기서 어떻게 견디며 근무를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긴장감을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걱정과는 달리 무탈하게 다시 본사로 왔습니다.
가장 보람 있던 에피소드는 UAE BNPP 수주가 첫 해외 원전수출 프로젝트인지라 선례나 샘플이 없었어요. 이를 저와 동료들이 직접 한땀 한땀 사례를 구축해 놓았다는 사실이 무척 뜻깊습니다. 그리고 2009년부터 꾸준히 UAE원전건설 사업에 관심을 가져준 한전 사우 여러분들의 응원도 고마웠고요. 지금은 BNPP 4호기 준공을 올해 내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한전이 발주사인 ENEC과 함께 1~4호기 통합 준공식을 UAE 바라카 현장에서 거행해 최초 해외 원전수출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온 성과를 전 세계와 공유하고 싶다는 소박하지만 원대한 꿈을 품고 있습니다. 15년간 땀 흘리며 쉼 없이 노력해 이뤄낸 성과를 바라카 현장에서 자축하고 싶습니다.

2009년 UAE원전건설사업을 수주하여 양국 정상 앞에서 서명하는 김쌍수 당시 한전 사장. 우리나라 최초로 한국형 원전을 해외에 수출하는 역사적인 순간.

UAE원전건설사업 수주를 위해 한전 지하벙커에서 KEPCO의 실무진들은 마라톤 전략회의를 했고, 업무에 밤낮을 가리지 않았다.

원전 첫 해외 수출의 첫 삽부터 4개 호기 완성까지

기업의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서는 사업 확장이 필수적이다. 한전은 2009년 UAE에 원전 첫 수출을 기점으로 원전수출국가라는 위상을 높이고, 사업 확장을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그 중심에서 열정의 땀구슬을 흘렸던 한전인은 누구일까? UAE원전 수출 첫 삽의 산증인인 황경서 실장과 4개 호기까지 마무리를 장식한 신명재 차장에게 UAE원전 건설에 동참해 온 소회를 들어보았다.

UAE원전건설의 4개 호기를 완성하다

신명재 UAE원전건설처 차장

UAE원전건설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됐을때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뻤던 한편 부담감도 컸습니다. 차장 진급 후에는 본사와 바라카 현장에서 UAE원전건설 업무에 본격적으로 집중했는데요. 계약, 공사관리, 분쟁 업무를 담당한 후 현재는 본사에서 UAE원전 사업의 안정적인 마무리를 위한 사업총괄을 맡고 있습니다. 특히 UAE원전건설의 첫 삽을 뜨신 황경서 실장님과 함께해서 무척 영광인데요. 그 바통을 이어받아 건설과정에 참여하면서 막대한 책임감이 뒤따랐습니다.
그중에는 시공사와의 분쟁 때문에 2년간 중재재판 업무를 담당한 게 기억에 많이 남는데요. 매우 큰 규모의 소송이다 보니 심적 부담감이 컸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잘해내야겠다는 의지도 강렬했죠. 그 결과 우리 한전이 승소하게 되어서 함께 일한 직원들과 눈물이 핑 돌았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이제 곧 4개 호기 모두에서 생산되는 전기가 UAE에 공급되는 상업운전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저는 10년간 이 사업을 담당했는데요.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미약하게나마 우리나라와 우리 회사가 추진 중인 중요한 사업에 기여했다는 자부심이 듭니다. 그 덕분에 UAE원전건설 사업에 참여를 결정했던 선택을 후회하지 않아요. 앞으로는 이 경험을 발판 삼아 신규 원전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발벗고 뛰고 싶습니다. 그래서 우리 한전의 미래 먹거리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어요.

2009년 12월, UAE원전 수주 소식에 한전 지하벙커에서 환호하는 실무진.

편집실 일러스트하고고 사진김정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