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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의 악몽에서 깨어난
‘마이크로소프트(MS)’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이하 MS)는 지난 수십 년간 우리 생활에 가장 밀접한 부분을 차지해 왔다. PC 운영체제 ‘윈도우즈(Windows)’는 전 세계인들이 PC를 켜면 가장 처음 마주하는 ‘창’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며, 수많은 이들이 그 창 안에서 무수히 많은 일들을 하면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저물어가던 IT 왕조, 구원투수로 등장한 나델라

윈도우즈로 황금기를 누리던 MS는 2000년대 후반 급격히 성장한 ‘모바일’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고전했다. 모바일용 윈도우즈 출시 등을 통해 MS의 모바일화를 꾀하기도 했으나 이는 실패로 돌아갔다. 그 사이 애플이 틈새를 놓치지 않고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애플은 지난 2007년 1월 9일 첫 스마트폰인 아이폰과 소프트웨어 iOS를 세상에 내놨는데, 새로운 기술과 혁신을 제시하며 단숨에 ‘혁신의 아이콘’으로 등극했다.
이후 애플은 MS가 갖고 있던 시가총액 왕좌의 자리까지 탈환하면서 승승장구했다. 반면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던 MS는 시장에서 서서히 잊혔다. 그러던 중 MS는 지난 2014년 사티아 나델라를 CEO로 선임하며 새로운 리더십으로 변화를 꾀하는 전략을 택했다. MS의 구원투수로 나선 나델라 CEO는 취임 전까지 22년간 MS에서 엔지니어로 일해 왔다. 그는 서버와 클라우드 등 기업용 비즈니스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인물로 꼽히는데, MS의 전면에 나선 적도 없는 데다 조직의 중심에서 다소 먼 곳에서 일해 온 나델라의 CEO 취임은 다소 의외의 인사였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러나 이변이 일어났다. 현재 나델라 CEO의 등장은 MS의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성공적으로 이끈 신의 한 수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나델라 CEO는 어떻게 고착화된 MS의 체질을 개선했을까?

PC 운영체제에서 넘볼 수 없던 글로벌 왕자였던 MS가 모바일 시대에 대응하지 못해 위기를 맞이했다.

MS, 체질 개선의 신호탄 쏘아 올리다

당시 나델라의 과제는 명확했다. PC 시대를 주도한 이후 혁신이 멈춰선 MS에 새 동력을 만드는 것, 세계 10위권으로 곤두박질 친 시가총액 회복 등이 그것이다. 숙제를 받아 든 나델라 CEO는 조용하고 계획적으로 조직을 정비해 나갔다.
MS의 중심에서 먼 인물이라는 평가가 무색하게 그는 빠르게 조직 내부를 쇄신했다. 치열한 내부 경쟁 대신 서로 협업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고, 시너지 효과를 내는 데 집중했다. 회사의 전성기와 침체기를 지켜보며 누구보다 조직문화를 잘이해했던 터라 빠르게 문제점을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비즈니스 측면에서는 “클라우드 퍼스트, 모바일 퍼스트”를 외치며 MS가 해오던 PC 중심 비즈니스 모델에서 탈피하기 위한 시도를 이어갔다. 대표적으로 서버 사업부를 정비해 클라우드 사업부로 새롭게 선보였고, MS의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의 글로벌화를 이끌었다. 특히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140개 국가에서 200여 개의 데이터센터를 확충하며 글로벌 인프라를 구축한 MS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2013년 분기별 매출액이 40억 달러에 불과했던 사업부가 10년 후인 2013년 3분기 240억 달러를 기록, 6배 이상의 외형 성장을 이뤄냈기때문이다.

전성기 되찾은 MS, 다시 시장의 중심으로

MS는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등을 앞세워 PC 시대를 넘어선 ‘포스트 PC 시대’를 활짝 열었다. 이를 통해 MS의 글로벌 위상을 다시 회복시켰을 뿐만 아니라 샘 올트먼이 이끌던 오픈 AI에 투자해 MS를 단숨에 AI 시장을 선도하는 리딩 기업으로 등극시켰다. 이후 MS는 오픈AI의 챗GPT를 자사 검색엔진 ‘빙(Bing)’에 도입해 새로운 검색도구를 선보이는 과감한 시도를 했는데,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MS오피스 프로그램에 생성형 AI를 입힌 ‘코파일럿’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출시해 유료 구독 서비스 확대에도 시동을 걸고 있는 것이다.
MS는 지난 1월 11일 장 중 한때 시가총액 2조 8,750억 달러를 기록하며 2조 8,730억 달러의 애플을 앞지르는 기념비적인 결과도 냈다. 2년 2개월 만에 잠시나마 시총 1위를 차지한 것이다. 누군가는 이를 일장춘몽(一場春夢)으로 평가절하했지만, 업계에서는 AI 시장에서 힘의 균형이 바뀔 만한 상징적인 신호탄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MS는 나델라 CEO의 적극적인 지지하에 새로운 AI 기능 공개를 준비하고 있다. AI가 결합된 새로운 윈도우즈와 클라우드를 공개할 것을 예고한 것. 현재 시장은 MS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처럼 MS는 다시 시장의 중심으로 돌아왔다. 2014년 36달러에 불과했던 주가는 2024년 4월 기준 420달러가 됐다. 나아가 PC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탈피해 클라우드와 AI라는 미래 먹거리까지 확보하며 다시금 전성기를 누리는 중이다.
MS가 전성기를 되찾은 데는 나델라 CEO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나델라 CEO의 전략을 적극적으로 믿고 따른 임직원들과 새로운 도전으로 비즈니스 체질을 180도 바꾸도록 물심양면 도운 기업문화 역시 MS에 왕관을 씌운 주역이다.

김동현 포춘코리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