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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고대 문명의 땅에 차오르는 새로운 에너지,
요르단 Jordan

요르단은 걸프 국가들과 달리 원유가 생산되지 않는 비산유국으로,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집중하고 있다. 2030년까지 전력 생산에 대한 재생 에너지 기여도를 50%로 높이는 것이 목표다. 한국전력공사는 2019년 중동지역 최초로 요르단에 풍력발전소를 세우며 요르단의 재생에너지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2012년 알 카트라나 가스복합화력 발전소, 2015년 암만아시아 디젤내연 발전소를 각각 준공해 성공적으로 운영 중이다. 신비로운 에너지로 가득한 도시, 요르단으로 떠나보자.

요르단은 ‘인디아나 존스’, ‘마션’, ‘트랜스포머’ 등 수많은 SF 영화 촬영지로 전 세계에 알려진 나라다. 우리에게는 직장인의 애환을 담은 드라마 ‘미생’의 주인공 장그래와 등장인물들이 중고차 사업을 위해 요르단 암만을 활보하는 장면으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요르단이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의 배경이 되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이국적인 풍광 때문이다.

시타델에 남아 있는 비잔틴 제국 시대 교회터.

암만의 서쪽은 현대식 쇼핑몰과 레스토랑 등이 밀집되어 있다.

요르단 수도 암만의 관문인 퀸 알리아 국제공항에 도착하면 중동 특유의 향 내음과 소음, 숨이 턱 막히는 묵직한 공기와 거친 모래 먼지가 이곳이 중동임을 알린다. 묘한 어색함이 때로는 두려움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런 감정에 깊이 빠지기보다는 이슬람의 낯선 분위기를 하나의 독특한 문화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그 순간부터 모든 것이 신비롭고 매력적으로 보일 거다. 요르단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주요 관광지들은 암만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길게 펼쳐져 있다. 암만을 베이스캠프로 당일 여행을 다녀도 무리가 없다는 말이다. 다만 페트라와 홍해를 끼고 있는 ‘아카바’, 와디럼 탐험은 인근에 숙소를 정하고 다니는 것이 좋다. 지역 간 이동 수단은 고속버스인 제프를 이용하거나 현지 투어 프로그램이나 택시 일일 관광을 통해서도 여행이 가능하다. 요르단 전체를 제대로 살펴보려면 일주일 이상 필요하지만, 여의치 않다면 핵심 관광지만 선택하여 다니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아라비아반도의 숨은 진주

거대한 바위 사이 좁고 깊은 장밋빛 협곡 속에 숨어 있는 고대 도시 ‘페트라’, 자연이 빚은 광활한 붉은 모래사막 ‘와디럼’, 몸이 저절로 뜨는 소금 바다 ‘사해’ 등 진귀한 풍광을 만나볼 수 있는 관광지들이 즐비하다. 신비로운 장소들뿐 아니라 역사나 종교적 유적지도 잘 보존되어 있다. 고대 근동의 주요 도시였던 암만의 ‘시타텔’과 알렉산더 대왕의 숨결이 남아 있는 ‘제라쉬’를 비롯한 수많은 로마제국의 유적들과 예수 그리스도가 세례를 받은 요단강 ‘베다니’, 비잔틴 시대 교회 모자이크로 유명한 ‘마다바’ 등 기독교 역사의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는 세계적인 성지이기도 하다.

시내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암만 최고의 전망대.

고대 역사 교과서 수도 암만의 ‘시타델’

암만은 오랜 역사를 지닌 고대 근동의 도시 중 하나이다. 도시의 서쪽은 서구 열강의 영향을 받아 현대식 쇼핑몰과 레스토랑, 카페 등이 밀집돼 있고 동쪽은 전통 재래시장과 모스크가 자리해 이슬람의 전형적인 분위기가 감돈다. 이 도시를 최초로 언급한 구약성서에 따르면 이곳을 ‘암몬 족속의 랍바’라 불렀다. BC 1200년경 암몬족의 수도였던 흔적이 남아 있는 ‘시타델’로 향해보자. 현지어로 ‘자발 알깔라아’라 불리는 시타델은 드라마 ‘미생’의 첫 장면을 촬영했던 올드 시티 근처에 있다. 이슬람 문화를 고스란히 살펴볼 수 있는 구도심 다운타운을 돌아본 뒤 걸어서 방문해보자. 성터 입구에는 헤롯 대왕이 헤라클레스에게 바친 신전터와 비잔틴 양식의 정문,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성채들에 속하는 6~7세기 비잔틴교회 유적, 로마시대 방어 성벽 등이 남아 있다. 성터 남쪽에는 6,000명 수용 규모의 로마시대 야외 원형극장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데 지금도 여전히 공연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시타델은 역사의 현장이면서 동시에 시내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이기도 하다. 일몰 직전 어스름이 깔릴 즈음 벤치에 앉아 바라보는 야경은 일상의 고단함을 싹 날리기에 충분하다.

암만 가스내연력 발전소.

알 카트라나 가스복합화력 발전소.

푸제이즈 풍력발전소.

사막 속 바위산을 깎아 만든 세계 7대 불가사의 ‘페트라’

페트라는 그리스어로 ‘바위’라는 뜻이다. 사막 속 바위산을 깎고 다듬고 파내어 만든 나바테안 왕국의 수도였다. 6세기 무렵 지진으로 흙 속에 묻혔다가 1812년 스위스 탐험가 요한 루트비히 부르크하르트에 의해 발견됐다. 천년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고대 도시 페트라는 사방이 절벽으로 둘러싸인 천연 요새다. 이국적이다 못해 우주 속 미지의 세계에 도착한 듯한 느낌마저 든다. 하루 만에 이곳을 다 둘러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대부분 알카즈네에서 알데이르 방향으로 코스를 잡는다. 거대한 바위 사이 좁디좁은 사암 절벽협곡길을 걸어가다 보면 느닷없이 하늘과 맞닿을 만큼 넓은 공간과 만난게 된다. 보물창고를 뜻하는 12층 건물 높이의 ‘알카즈네’가 벼락처럼 압도적인 위용을 드러내는 순간이다. 이역만리 날아온 수고가 헛되지 않다는 걸 깨닫는 찰나다. 이 거대한 건물을 바위산을 깎아서 만들었다니 눈앞에 보고도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알카즈네를 뒤로하고 800계단으로 연결된 오르막길을 오르다 보면 알카즈네보다 더 거대한 ‘알데이르’에 도착한다. 알데이르는 ‘수도원’인데 페트라 유적 중 규모가 가장 크고 정교하다. 이것이 다가 아니다. 아래쪽 도시에는 8,000명까지 수용 가능한 원형극장과 목욕탕 그리고 거대한 규모의 대신전, 왕궁 등이 나바테안 시절의 화려했던 번영을 보여준다.

천년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페트라는 신비로움으로 가득하다.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붉은 사막 ‘와디럼’

지구에서 만나볼 수 있는 가장 멋진 풍경 ‘와디럼’은 아랍어로 계곡을 뜻하는 ‘와디’와 옛 셈족의 언어로 높다는 뜻의 ‘럼’으로 ‘높은 계곡’이란 뜻이다. 이름처럼 가장 낮은 곳도 해발 1,000m에 달할 정도로 고지대다. 수백 미터 높이의 사암과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바위산들과 붉은 사막 그리고 협곡이 기가 막힌 절경을 선사한다. 와디럼은 자연문화유산 보호구역이기에 반드시 등록된 베두인 가이드와 지프를 타고 함께 다녀야 한다. 사륜구동 지프에 탑승하면 화성을 닮은 붉은 사막을 질주한다. ‘지혜의 일곱 기둥’, ‘나바테 사원’, 선사시대 ‘암벽화’, 기암괴석이 높게 치솟으며 길게 이어진 ‘카즈알리협곡’, 독특하게 생긴 ‘부르다 바위 다리’ 등 붉은 사막의 아름답고 신비로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끝도 없이 펼쳐진 비밀의 땅 와디럼을 질주하다 보면 ‘이곳이 어쩌면 진짜 화성이 아닐까’하는 착각마저 든다.

살다 보면 마음 답답한 일도, 걱정이 많아 잠을 못 이루기도 하고 자책하며 스스로를 책망하는 경우가 많을 거다. 크고 작은 스트레스가 우리의 일상을 억누르려 할 때 잠시 멈춤 버튼을 누르고 낯선 미지의 나라로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괜찮다. 조금 더 여유가 있다면 일주일, 한 달 혹은 그 이상 여행지에서 살아보는 것도 좋다. 그대여 떠날 수 있을 때 떠나라. 그런 과감한 선택과 결정이 우리 일상에 새롭고 분명한 자극을 줄 테니까.

화성을 닮은 와디럼의 붉은 사막.

Tip. 요르단 여행 정보

면적은 남북으로 약 460km, 동서로 355km 뻗어 있어 대한민국과 비슷하지만, 인구는 1,000만 명 정도로 훨씬 적다. 중동 국가지만 석유가 나지 않아 관광산업이 국내총생산(GDP)의 약 20%를 차지한다. 요르단은 여름에 40℃ 이상 기온이 올라가는 더운 나라다. 여행 최적기는 4~5월, 9~10월로 낮 기온이 22도 정도라 쾌적하다. 일교차가 큰 편이어서 저녁에는 외투가 필수다. 시간은 한국보다 일곱 시간 늦다. 화폐는 ‘디나르’를 사용하며 전압은 230V로 한국 전자제품을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콘센트 모양이 다르니 멀티플러그를 준비해야 한다. 가려면 비자가 필요하다. 비용은 40디나르(약 7만 원). 출발 전 요르단 대사관에서 발급받아도 되지만 현지 공항에서 받아도 무관하다. 요르단에서 3박 이상 체류할 계획이면 40여 개 관광지 입장권 등이 포함된 ‘요르단패스’를 구매하면 비자는 따로 받지 않아도 된다. 한국에서 요르단 수도 암만으로 바로 가는 직항 항공편은 없다. 두바이나 도하, 방콕을 경유해야 한다. 언어는 아랍어를 사용하지만, 암만이나 주요 관광지에서는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재이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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