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THEME 인터뷰

서울옥상에서
자연과 소통하다

도시농부 & 배우 양달샘

글. 정자은 편집실 사진. 이원재 Bomb스튜디오

누구나 살면서 힘든 순간은 오기 마련이다. 하고자 하는 일도 잘 풀리지 않는 것 같고, 자꾸 기운도 빠지는 그런 시기가 있다. 그때 시작한 도시농부는 삶에 활력소이자, 배우라는 업에 대한 자아성찰을 하는 계기가 됐다.

우연히 취미삼아 도전했던 도시농부. 서울 강남 한복판, 빌라 맨 꼭대기 옥상에서 자신만의 텃밭을 만들었다. 생각처럼 배우 활동이 펼쳐지지 않던 시기, 머릿속은 복잡했다. 답답한 심경을 정리할 겸 밭을 구상하고 씨앗을 뿌렸다. 햇빛과 물을 신경써주니 알아서 잘 자랐다. 생명을 키우고 자라는 모습을 보며, 인생의 가치를 새로운 시선에서 재정비할 수 있었다. 도시농부이자 배우 양달샘 씨는 도심 속 자연을 통해 삶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충전하고 있다.

진짜 친환경 재배로 가꾼 옥상 텃밭

“처음에는 옥상에서 텃밭을 소소하게 시작했습니다. 생각보다 재미있었고, 묘한 성취감도 느꼈습니다. 복잡했던 머릿속도 정리가 되고 스트레스도 확연히 줄고요. 연기에서부족했던 모습도 반성할 수 있었습니다. 새삼 자연의 순환, 생태계에 대한 생각도 다시 하게 됐죠.”

그는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자연농법을 실천하고 있다. 관련 논문이나 전문서적 등을 찾아 공부하며, 자신이 꿈꾸는 ‘진짜 친환경 재배’를 적용한다. 농약과 화학 살충제 등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올해로 14년째 도시농부 생활을 취미로 하는 만큼, 텃밭의 규모도 풍성해졌다.

“옥상 텃밭은 하나의 작은 실험실과 같습니다. 인공적인 요소 없이, 백퍼센트 자연 친화적인 과정으로 작물을 키울 수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고요. 숱한 테스트를 거쳐 시도해봤죠. 사과나무에 많이 생기는 진드기를 없애고자 사마귀 알집을 키우고 있고요. 옥상에서 키우는 이 닭도 해충을 제거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양달샘 씨는 도시농부를 통해 생태계의 선순환, 그 가치의 소중함을 매일같이 느낀다. 옥상이나 베란다에서 텃밭을 시작하고 싶다면, 자연과의 공존 그리고 순환의 의미를 먼저 이해한 후 도전할 것을 권한다.

도시농부 양달샘 유튜브 채널 ‘이세계의농부’, 다양한 채소와 과일로 풍성해진 옥상텃밭

옥상에서 만드는 또 다른 세계

그의 설명을 들으며 옥상 텃밭을 바라보니 곳곳에서 봄이 시작되고 있다. 벌레와 닭이 해충을 먹고 땅 속에서는 자연발효로 미생물이 숨 쉰다. 한편에선 앵두나무 꽃이 피고, 루꼴라가 푸르게 자란다. 도시농부 양달샘 씨가 루꼴라 잎 일부를 따다 흐르는 물에 헹궈서 준다. 잎을 씹어보니 이제까지 알고 있던 루꼴라와는 다르게 진한 풍미가 입 안을 가득 채운다.

“정말 풍미가 진한가요? 물에 가볍게 씻어 먹어도 될 만큼, 친환경적입니다. 루꼴라는 베란다 텃밭에서 키우기에 괜찮은 채소류입니다. 도시농부 초보자에게는 텃밭에서 바로 따다 먹을 수 있는 상추도 좋습니다.”

베란다텃밭을 계획하는 초보자라면 루꼴라와 상추, 대파를 추천한다. 누구나 쉽게 키울 수 있고 까다롭지 않은 채소류다. 루꼴라나 상추는 생각보다 금방 자라므로 모종보다는 씨앗을 권한다. 한 단계 올라가 욕심을 낸다면 오이나 블루베리 같은 열매류도 아파트 베란다에서 키울만하다. 최근에는 ‘이세계농부’라는 닉네임으로 유튜브와 인터넷 까페도 운영하고 있다. 자신이 축적한, 알게 된 건강하고 좋은 정보를 원활하게 교류하고 소통하기 위해서다. 또 본인이 겪은 시행착오를 줄여주고 싶단다. 보다 많은 이들과 자연으로 소통하는 세계를 만드는 건강한 도시농부가 되길, 멋진 배우로 거듭나길 기대한다.